패왕별희 覇王別姬, Farewell My Concubine.
개봉 : 1993/ 2020.5월 재개봉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감독 : 천카이거
출연 : 장국영(두지 역), 장풍의(시투 역), 공리(주샨 역)
'패왕별희'
명작을 뽑을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영화.
장국영의 대표영화.
평소 패왕별희 하면 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삭제된 15분 분량을 추가해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 이
개봉했다고 해서 보러 갔습니다.
주인공 인 청뎨이(장국영)의 애달프고 버거웠던 삶과
중국의 혼란스럽던 근현대사의 역경을 따라가며
뎨이와 샬로(장풍의) 그리고 주샨(공리)
세 사람의 끊을 수 없는 애증을 담아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영화를 관람했는데
경극의 흥망성쇠, 한 인물의 애달픈 삶과 성 정체성,
중국의 시대상, 아편 중독, 등장인물 간의 끊임없는 갈등 등이
한 번에 다가와 영화를 보는 도중 저를 버겁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명작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 미리 알고 보면 좋은 만한
내용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볍게 읽어 보시고 영화는 깊게 관람하시길 바라면서.
경극과 패왕별희
'베이징 오페라' 라고도 불리는 경극은 베이징(북경)에서
발전해 '경극' 이라고 불립니다.
경극은 창(노래), 염(대사), 주(동작), 타(무술 동작)의 4가지가
종합된 공연 예술로 300종이 넘는 전통극 형식 중에서
가장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으며 가장 영향력이 큽니다.
때문에 경극은 ‘국극(國劇)’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경극의 내용은 역사와 정치, 사회와 일상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며, 즐거움 뿐만 아니라
교훈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무대 배경 및 소품은 최소한으로 사용합니다.
배우의 의상은 매우 화려하고, 과장된 얼굴 분장은
간결한 상징이나 색상, 문양을 이용해서 등장인물의
성격 또는 사회적 지위를 표시합니다.
경극은 전통적으로 남자들만 연기를 할 수 있었기에
여자 역할도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근대로 들어오면서 여성 배우도 경극에 참여하게 됩니다.
경극 '패왕별희' 는 작자 미상으로
초한의 전쟁을 배경으로 초의 패왕인 항우와
우미인(우희)과의 이별을 그린 작품입니다.
항우가 적에 포위되어 사면(四面)에서 초가(楚歌)를 듣게 되고
(여기서 사자성어 '사면초가' 가 유래되었습니다.)
항우는 “초나라는 이미 망한 것인가.”라고
자신의 말을 어루만지며 탄식합니다.
우미인은 항우와의 작별의 시간이 왔을 때
칼을 들고 춤을 추다 칼로 자결하고,
혼자 살아 돌아온 항우 역시 강에서 자결하며 끝나는 비극입니다.
영화 '패왕별희' 에서
청뎨이(장국영)는 경극 패왕별희 중 '우미인' 역을,
단샬루(장풍의)는 경극 패왕별희 중 '패왕' 역을
맡아 극을 이어 갑니다.
중국의 격변하는 시대상과 패왕별희
영화 패왕별희는 중국의 시대상을 따라 이야기가 진행 됩니다.
시대상을 몰라도 영화를 보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알수록 좀 더 깊게 영화를 볼 수 있으니
간략하게 알고 가도 좋을 듯 합니다.
-영화 초반 주인공들의 유년 시절, '1924년 북양정부시대'
1912년부터 1928년까지 베이징에 군벌 세력들을
중심으로 한 중화민국 정부시대입니다.
-청뎨이와 샬루가 패왕별희의 주역으로 승승장구 하는 시기, '1937 중일전쟁'
일본은 제국주의 야욕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 내륙으로 공격할 빌미를 찾습니다. 그러다 1937년 베이징 교외의 작은 돌다리인 '루거우차오' 에서
일본군과 중국군 사이에 일어난 작은 사건을 빌미로 일방적인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다리 위에서 사라진 일본군 사병으로 말미암아 확대된 사건은 일본이 조작해 중국을 공격하면서 전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루거우차오에서 시작된 일본의 공격은 베이징, 톈진, 상하이로 확대되었고, 1937년 12월 중화민국의 수도 난징을 점령하여 무고한 시민 수십만을 잔인하게 살육하고 여성들을 강간하고 약탈하였습니다.
일본은 수백만 군인과 온갖 근대무기를 동원해 전쟁을 했으나, 중국 민중의 항전의지를 꺾지는 못하였으며 중국의 국공합작으로 전쟁은 장기화됩니다.
-매국노로 몰리고 아편에 중독된 청뎨이의 암울했던 시기, '1945 일제 패망 이후 국공내전 시기'
일본군은 '태평양전쟁' 에서 미국에 참패를 당하면서 사기는 저하되고 군기도 문란해졌으며, 1945년 8월 15일 '포츠담선언' 수락과 더불어 중화민국에 항복했습니다.
이후 장제스를 중심으로 한 '중화국민당' 과 마오쩌둥을 중심으로 한 '중화공산당' 이 전쟁 후 중국의 재건을 둘러싸고 벌인 국내 전쟁 시기입니다.
-청뎨이는 자신이 거둔 샤오쓰에게 배신 당해 무대를 잃고 외로움이 고조된 시기, '1949 중국 공산당 집권기
'중화국민당'과 '중화공산당' 의 국공내전은 중화국민당이 패하여 대만으로 물러나면서 끝이 났습니다.
승리를 거둔 공산당은 49년 북경을 수도로 하여 '중화인민공화국' 을 세우게 됩니다.
-패왕도 경극도 청뎨이도 다 버린 샬루와 삶의 의지를 잃은 청뎨이와 주샨의 파국, '1966문화대혁명'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마오쩌둥' 에 의해 주도 된 운동으로 전근대적인 문화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운동입니다.
이때 홍위병이 등장하는데, '홍위병' 은 마오쩌둥 사상을 찬양하며 준군사적인 조직을 이루어 투쟁한 대학생 및 고교생 집단으로 전국적으로 그 수는 1,10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홍위병들은 행진과 회합, 열렬한 선전활동에 참가하는 한편, 각 지역의 당 지도자들은 물론 교사 및 학교 지도자, 지식인 그리고 전통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처단했습니다.
청뎨이가 경극학교에서 거두어 키운 샤오쓰가 훗날 홍위병이 되어 청뎨이와 극단 사람들을 배신합니다.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라는 건가...)
영화 속 극단의 후원자인 원대인이 경극 중 '우희'를 연기하는
청뎨이를 보고 실제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된다는 말을 하는데,
장국영이 연기하는 청뎨이야 말로 진짜 장국영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손짓, 몸짓, 말투 모든 것이 너무나 섬세하게 청뎨이를 그려냅니다.
장국영은 나 자신이 '청뎨이'이다. 항상 예술 속에 살고 있고,
내 안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하고 있다. 라는 인터뷰도
했었다고 하는데, 그가 얼마나 이 역할에 빠졌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극 중 청뎨이의 삶과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는 듯한 장국영의
삶이 교차되면서 더 먹먹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스토리보다는 한 장면 장면들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남아서 더 아련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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